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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한국언론인협회

열강들의 각축장 된 한반도

시사칼럼

열강들의 각축장 된 한반도

 

20147월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은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새삼 확인하는 외교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가 여전히 열강들의 각축장이란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간의 정상회담은 격식과 분위기 그리고 규모와 성과 등에서 그 어느 정상회담보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먼저 분위기 면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순풍에 돛을 달자”, “멀리보기 위해 누각의 계단을 오르자”, “친척집 드나드는 것처럼 교류를 활성화하자는 등의 글을 그의 방한 전 국내 언론사에 보내 한국민들에게 부드럽고 친근감 있는 그러면서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또한 시진핑 주석은 서울대 연설과 기업인 모임에서 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말을 써 우리들에게 친근감을 더하기도 했다.

또한 규모면에서는 시 주석은 수행원으로 중앙정치국원 핵심 인사들과 국무위원 그리고 2백여 명의 거물급 재계 인사들을 대동 역대 최대 규모의 대표단을 꾸려 방한했다.

장쩌민, 후진타오 등 그 전 중국 국가주석들은 북한을 먼저 방문하고 한국을 찾았지만 시진핑 주석은 북한보다 먼저 한국을 방문함으로써 상징적 파격성을 보여주었으며 방문 외교의 최대 격식이라 할 수 있는 펑리위안 퍼스트레이디를 대동하고 한국 방문만을 택했다는 점 등이 특징으로 꼽을만하다.

 

시 주석, 중국주도 아시아 정책 한국 참여 원해

 

그리고 한중 정상들은 북핵문제와 한반도 통일, 해양경계선 획정, 자유무역협정(FTA), 금융분야 협력 그리고 역사문제 등 상호 정치경제적 이해가 걸려있는 사안들에 대해 양보와 타협으로 두 나라의 성숙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는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시진핑 주석의 외교 매력공세(charm offensive) 속에 12일간의 한중정상외교는 양국이 상생하는 윈윈 성과를 거두었다고 볼 수 있으나 시진핑 주석은 한중정상회담 과정에서 아시아의 안전은 아시아인이 지켜야 한다는 자신의 아시아 안보관 즉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질서 구축에 한국이 주요 당사자로 동참해 줄 것을 밝혔다. 시 주석은 또 지난 74일 서울대 강연에서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 개발은행(ADB)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은 아시아 인프라 투자 은행(AIIB)” 창립을 제한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관련국들의 참여를 희망했다.

 

한반도, 중 세력간의 각축장

 

현재 동북아는 해양으로 진출하려는 대륙세력 중국과 이를 봉쇄하려는 해양세력 미·일간의 불꽃 튀기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지금 중국외교 초점은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을 막는데 있다.

미국은 G2로 부상하면서 나날이 강력해지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로의 중심이동(Pivot to Asia) 정책과 함께 일본의 재무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일본은 지난 74일 시진핑 주석의 방한에 맞추어 북한의 일본인 납북자 조사허용에 화답해 그동안의 북한 제재 일부를 해제하면서 북한에 한발 다가갔다. 아베정권의 이 같은 행보는 자신의 과거사 도발로 한일 외교 채널이 막히고 한중 협력 징조가 현실로 나타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이다. 북핵문제로 한일 협조체제를 유지하며 북한을 압박해 오던 미국은 북핵문제는 그대로 남아있는데 일본의 대북제제 완화에 대해서는 이해한다는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보여 북핵문제 보다는 중국의 봉쇄가 우선이라는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미국은 세계 1위 무역대국의 지위를 활용해 경제영토 확장과 동북아에서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중국의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 구상에 대해 중국 주도의 새로운 동북아 질서 형성과 이에 한국의 편입을 실질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중국 주도의 아시아 경제 질서에서 한국을 격리시켜 중국의 패권확대를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한국, 국익위해 우리 목소리 내야

 

지금 동북아는 강력하게 부상하는 중국과 이에 대응하는 미일간의 대결구도로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한일 삼각협력이 한일 관계 악화로 여의치 않아 미국으로서는 한반도 무대로 펼쳐지는 주도경쟁에서 중국이 한발 앞서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중국과 미일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양자택일의 선택이 아니라 공동의 미래구상으로 양자합일의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 중 관계 발전은 한일 대 북러의 냉전구도를 허물고 과거 적대하던 국가들간의 교차협력을 이끌어내는 견인차가 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한중 관계발전을 어떻게 주변국 발전과 조화를 이루어나가느냐가 관건이다. 한국은 대륙과 해양을 잇는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에 있다. 해양세력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대륙에 진출하고, 대륙을 기반으로 해양으로 뻗어나가는 양자의 가교역할로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통일의 기반을 구축해나가야 한다. 성급하고 섣부른 판단대신 인내심과 다양하고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이번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의 방한으로 한국의 위상은 한층 높아지고 선명해졌다. 이제 한국은 한반도 관련국들과 친화협력하면서 우리의 국익을 위해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당당한 외교를 펼칠 때가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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